무욕의 가슴이 서광을 꿈꿀 때
하얀 달 가지 끝 외롭고
파란새벽 담장 아래서
기지개 키고 하루길 나선다.
선잠 깬 도둑고양이
제 몸 치장도 못했는데
살 에이는 칼바람
눈 아리게 지나간다.
주님
내가 마음을 다하여
지혜를 알고자
밤마다 흙 긇어 모아
치대고 반죽하여
당신의 형상 만들지만
숱한 꿈 인양
한 번도 구워내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그 깊이를
그 진리를 온전히 알지 못하기에
가슴의 용광로는
뜨거운 불만 피워대고
안타까운 재로 만 남았습니다.
내 허무한 날을 사는 동안
당신은 범사에 감사하라 하셨건만
내가 무엇을 감사하였는지
아무 기억도 없습니다.
그저 달과 해를 보고
주린 배 채우기에 바빴고
마음에 성전을 지으려
허다한 돌 하나 쌓은 적이 없으니
어찌 입으로만
당신이 나의 아버지라 소리 지르겠나이까?
철 연장이 무디어도 갈지 아니하고
마음은 올무와 같고
육신은 피골이 상접하여졌으니
주님.
당신은 나를 떠나지 마시고
내가 그 옷자락 놓치지 않게 하소서
내가 청년 때의 당신을 기억하며
더 곤고한 날 오기 전에
해와 달이 어둡기 전
길거리 문 닫혀 지기 전
우리 인생이 땅으로 돌아가기 전
우리가 당신과 입 맞추기를 원하오니
내게도 입 맞추어
당신을 찬양으로 송축하며
두려움에 떨린 가슴은
아침 찬란한 빛 같은 깃발 세우고
남풍으로 오는 당신의 향기 속에
선을 향한 기도로
당신을 경외(敬畏)하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