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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새벽의 기도/이성아

무욕의 가슴이 서광을 꿈꿀 때

  • 김상현 편집장 shkim7790@daum.net
  • 입력 2015.01.08 00:41
  • 수정 2015.01.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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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욕의 가슴이 서광을 꿈꿀 때

하얀 달 가지 끝 외롭고

파란새벽 담장 아래서

기지개 키고 하루길 나선다.

 

선잠 깬 도둑고양이

제 몸 치장도 못했는데

살 에이는 칼바람

눈 아리게 지나간다.

 

주님

내가 마음을 다하여

지혜를 알고자

밤마다 흙 긇어 모아

치대고 반죽하여

당신의 형상 만들지만

숱한 꿈 인양

한 번도 구워내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그 깊이를

그 진리를 온전히 알지 못하기에

가슴의 용광로는

뜨거운 불만 피워대고

안타까운 재로 만 남았습니다.

 

내 허무한 날을 사는 동안

당신은 범사에 감사하라 하셨건만

내가 무엇을 감사하였는지

아무 기억도 없습니다.

 

그저 달과 해를 보고

주린 배 채우기에 바빴고

마음에 성전을 지으려

허다한 돌 하나 쌓은 적이 없으니

어찌 입으로만

당신이 나의 아버지라 소리 지르겠나이까?

 

철 연장이 무디어도 갈지 아니하고

마음은 올무와 같고

육신은 피골이 상접하여졌으니

주님.

당신은 나를 떠나지 마시고

내가 그 옷자락 놓치지 않게 하소서

 

내가 청년 때의 당신을 기억하며

더 곤고한 날 오기 전에

해와 달이 어둡기 전

길거리 문 닫혀 지기 전

우리 인생이 땅으로 돌아가기 전

 

우리가 당신과 입 맞추기를 원하오니

내게도 입 맞추어

당신을 찬양으로 송축하며

두려움에 떨린 가슴은

아침 찬란한 빛 같은 깃발 세우고

남풍으로 오는 당신의 향기 속에

선을 향한 기도로

당신을 경외(敬畏)하게 하옵소서!

아멘. 

         ▲ 시인 이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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