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쓸쓸함에 바쳐질 기도
아~
지표면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니
무서리 뽀오얀 새벽길에
마음이 시려 하늘 본다.
깜박대며 졸고 있었나
파아란 두서넛 별
얼어져 가는 숲속
새들 노래 소리 멈추고
빈바람 가지 흔들어대니
아~ 가을이 뒹굴며
패댕이 쳐지는구나!
이렇게 절망의 시간은
햐얀 그리움으로
되새김질 하며
손길 내미는데도
잡을 수가 없으라
다 비워질 너의 슬픈
가을의 비애가
그 쓸쓸함이 눈처럼 녹아들고
농부들 희노애락 담겨진
들녘에는 하얀 섬들이
빈 들녘에 떠간다.
꽁꽁 묶임을 당하고
오! 신이시여
이 모든 절망의 끝에는
늘 당신이 계셨습니다.
갈바람에 온 몸 부서지고
무서리에 하얀 옷
다 젖어갈 때까지
우릴 지키시려고
컴컴한 어둠에서
바람처럼 와 계셨습니까?
척박한 내 자리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지 않았는데
역겹의 파도 속에
그리운 손길로 일깨워주시는
고뇌의 문턱을 넘어 오셨습니까?
오! 주님
너무도 크신 당신을
내 눈 속에 담을 수가 없어서
눈물로 만 눈물로 만
뿌려 내렵니다.
올올이 쓸쓸함에
저 마지막 한 잎의
갈 꽃 피워 낼
숭고한 가을을 위해서라도
당신의 귀하신 걸음
품어 가렵니다.
인자와 진리의 달고 오묘한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