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물 한 모금에
허기진 배 채우고
가막새 애솔나무 가지에
사부자기 앉아
지구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들고 나는 길목엔
길 고양이 눈 곧추뜨고
뭔가 되작거린다.
동쪽 하늘 가득
빙 돌아 흐르는 구름 이쁜데...
묏채 아래
풀 우거진 마을
연기 냄새 사라진지 오래
쓸쓸하리만큼 고요한
길섶엔 금계국만
나풀나풀 나비되고
다락 밭 언덕배기
꽃처럼 도돌아진
초가의 처마 끝
날 제비 쉬여가고
동편 하늘가득 기도의 소망
제(祭)처럼 올려보는 아침
햇귀만 흰 여울로
메밀꽃처럼 부서져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