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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와 운명론의 경계/마일두 목사

인생은 딜레마로 가득하다.

  • 마일두 maildu@hanmail.net
  • 입력 2015.10.06 00:41
  • 수정 2015.10.0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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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일두 목사(마일두 성장연구소 소장)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이 논쟁은 2010년 영국 셰필드대와 워윅대 연구팀이 ‘닭이 먼저’라는 사실을 과학적 증명을 통해 밝혀냄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로 달걀 형성과정에 ‘오보클레디딘-17(OC-17)’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찾아냈다. 이 단백질은 닭의 난소에서 발견된 성분과 동일했다. 곧, 닭의 난소에서 발견된 단백질 성분이 있어야만 달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던 것이다.17)

 

우울증은 어떨까? 우울증은 개인의 심리적, 사회․환경적 요인에 의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같은 호르몬 분비에 불균형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호르몬 때문에 우울증이 오는 것일까, 슬픔이 호르몬에 영향을 줘서 우울해지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우울증의 원인이 아니라 우울증에 따른 파괴적인 행동이다.

 

우울증은 공격성이 내부로 향하면 자살로, 외부로 향하면 폭력이나 범죄로 표출된다. 경찰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검거된 범죄자 중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으로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가 1만4951명에 달했다.18) 자살은 더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 명이 자살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2010년에만 1만 5천 566명이 자살해서 8년째 세계 자살률 1위에 올라있다.19)

 

우울증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세계보건기구(WHO)조차 우울증을 ‘21세기 인류를 가장 괴롭힐 질병 중 하나’로 지적했겠는가. 그런데 자살이나 범죄보다 더 문제되는 것이 있다. 내가 아는 청년은 우울해지면 근무시간인데도 무단으로 집에 가버렸다. 내가 그 행동에 대해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하자 그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이기에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렇다면 우울증으로 인한 반사회적인 행위는 누구 책임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 경쟁적인 사회나 개인의 불우한 환경, 생물학적(호르몬)인 요인으로 돌린다. 성경은 어떻게 말씀할까? “잔인한 자는 자기의 몸을 해롭게 하느니라.(잠11:1

7)”고 했다. 예수님은 스승인 자신을 로마 군인들에게 팔아넘긴 가룟 유다에 대해 “그 사람은 차라리 나지 아니하였더라면 자기에게 좋을 뻔하였느니라.(막14:21)”고 말씀하셨다. 며칠 후 유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아셨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울증 환자의 파괴적인 행동은 자신의 암울한 처지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분노라는 형태로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표출하는 것이다. 특이점은 이른바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언제나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을 선택(지능적으로)한다는 사실이다.

 

자살 사망자들도 실행하기 전까지는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있다가 유언장을 준비해 놓고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자신이 정한 시간과 방법으로 행동에 옮긴다. 무슨 뜻일까? 이들마저도 타인을 의식한 나머지 자살하는 방법까지 신중하게 선택한다는 것이다. 선택한다는 것은 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운명론, 곧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결정론에 대해 반박하는 증거가 된다.

 

극단적인 선택은 왜 불행한 것일까? “모든 산 자들 중에 들어 있는 자에게는 누구나 소망이 있음은 산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기 때문(전9:4)”이라고 했다. 죽으면 더 이상 만회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하나님 앞에 섰다고 가정해보자. 하나님께서 “너는 호르몬 이상으로 자살했으니 네 책임이 아니다”라고 하시겠는가.

 

흔히 우울증을 일컬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라고 하지만 자살이나 범죄의 원인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행동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누구인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을 만큼 존귀한 자들이다. 그렇다면 호르몬 따위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인생은 딜레마로 가득하다. 생명과냐 선악과냐? 사느냐 죽느냐? 이런 딜레마에도 답은 있다. 키르케고르는 <이것이냐 저것이냐>에서 의무와 책임에 바탕을 두는 삶을 제시했다. 당신이 표류하고 있고 갈증으로 견딜 수 없다면 바닷물을 마셔야할까?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결과도 당신 몫이다.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 이것이 딜레마를 극복하는 요체이다.

 

 

 

17) etnews, “닭과 달걀” <http://www.etnews.com/news/economy/public/2261172_2576.html> (2

010.7.22.)

 

18) 세계일보, “우울증 키우는 사회…‘묻지마 범죄’ 부메랑” <http://www.segye.com/Articles/NEWS/

SOCIETY/Article.asp?aid=20121015024567&subctg1=&subctg2=&OutUrl=daum> (2012.10.15.)

 

19) 아이뉴스24, “한국 자살률 'OECD 1위' 불명예” <http://news.inews24.com/php/news_view.php

?g_serial=687895&g_menu=050300> (201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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