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의
화려한 잔치는 끝났다
바람에 불려가든
거리마다 바스라진
낙엽만 흩어져 나르고
희미한 새벽 달려온
하얀 그림자 하나
초연해진 마음속
싸늘한 망각의 어둠에
고요히 촛불 사르시는
놀라운 신의 은총이여
나를 부르시는 그 음성
고뇌와 눈물의 골짜기에서도
소망의 길을 가도록
지혜로 인도하시니
얼마나 고마운가!
자기 독선에 빠져
죄로 울타리를 치고
돌아올 사랑 없어도
고되고 지친 내 육신 누일 곳은
낮지만 따뜻한 곳 주님 품이 고마와라
우리 누구를 사랑하며
무엇을 위해
지금 여기까지 왔는가?
내 슬픔 꺼이꺼이 울어도
세상은 돌고 돌아 가는구나
돛단배 하나
잘려진 허리에 묶어놓고ㅡ
불신에 떠도는 우리영혼
내 곁에 붙들어 두고서
거칠 것 없이 낮은 곳만
거슬러 살아
생명의 수로 만나면
구원의 바다 아닌가?
기도 하리라
12월의
하얗게 꺾여진 세월을
물밑에 내려놓고서
말씀으로 배 채우고
그대 하루 같은 나날을 위해
겸손히 무릎 꾾어
그 깊이 그 뜻을 사랑하며
오로지 그대 안녕을
갈구하며 기도하리라
거친 손 내밀던
시장 노파의 강건함도 함께
12월은
날마다 하늘만큼 풋풋한
행복의 화살을 쏘리라
당당한 인생 걸어가시는
그대 향기로운 삶을 위해서ㅡ!